신경 끄기의 기술

💬 네가 최고이거나 최악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 조언이 인상적이었는데, 너무 미국적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인 아닌 인간들에게 너가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는 걸 장황하게 설득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지?

태평양의 패잔병 오노다의 얘기가 마음에 들었다. 전혀 슬프지도 비장하지도 멋있지도 않았지만 블랙코미디로서. 제국에 충성하기 위해 반평생을 나무뿌리를 뜯어먹으며 민간인을 살해했는데 마침내 돌아와 이전의 자기가 수호하려 했던 가치가 전혀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하다니. 아 이거 근데 캡틴 아메리카 아니야?

포커는 반은 운이고 반은 그렇지 않다. 내게 좋은 패가 주어질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확실히 게임은 많은 걸 가르쳐 준다고 생각함.

윌리엄 제임스 얘기는 제사 크리스핀의 책이 생각났다. <제임스는 노트에 적었다. 다음 일 년 동안만 내게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제임스는 어스름 속을 헤매다가 문득 자신에게 삶의 방향을 결정할 자유의지가 있음을 깨달았다. ... “내가 처음 자유의지로 행한 건 자유의지가 있음을 믿는 것이었다.”> 같은 얘기를 다른 방식으로 쓰는 것에 대해 좀 생각을 해보자. 확실한 건 나는 후자가 훨씬 마음에 든다는 사실이다.

최악의 순간이 사람을 더 발전하게 만든단 얘기 하면서 전쟁 생존자가 전쟁을 겪고 나서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더 나은 사람이 됐다는 얘길 하면 어떡해? 개인적으로 그런 말은 그 당사자 아니면 존나 주제넘는 거라 생각.. 여기서 심각하게 멈추고 싶었지만 일단 70프로 정도 읽어버려서 참았다. 러시아 얘기도 싫었다. 미국 중산층 출신 백인이 완전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깨달음 얻는 얘기 대노잼이지 그럼..

나는 자기계발서가 너무싫다 일단 누가 나한테 이래라 저래래 하는 게 싫고 진짜 행동-자극-동기 그러니까 일단 행동해! 이런 류의 얘기들. 말은 쉽지.

무엇을 거부하느냐가 우리를 규정한다.